종이 한 장에 손이 네 번 갔다
같은 환자 정보를, 병원 안에서 두 번 손으로 입력하고 있었다. 발견 경위는 이렇다. 상담 알림톡을 보내려면 환자 이름과 전화번호가 필요하다. 실장들이 그걸 일일이 타이핑해서 넣고 있었다. 어쩔 수 없나 보다 했다. 근데 어느 날 데스크를 보니까, 접수 직원이 종이 문진표를 옆에 놓고 같은 이름, 같은 전화번호를 차트에 타이핑하고 있었다. 잠깐. 같은 정보를 두 명이 두 … 더 읽기
코드 한 줄 못 짜는 치과의사가, 밤마다 AI로 병원을 새로 짓고 있다. 그 기록.
같은 환자 정보를, 병원 안에서 두 번 손으로 입력하고 있었다. 발견 경위는 이렇다. 상담 알림톡을 보내려면 환자 이름과 전화번호가 필요하다. 실장들이 그걸 일일이 타이핑해서 넣고 있었다. 어쩔 수 없나 보다 했다. 근데 어느 날 데스크를 보니까, 접수 직원이 종이 문진표를 옆에 놓고 같은 이름, 같은 전화번호를 차트에 타이핑하고 있었다. 잠깐. 같은 정보를 두 명이 두 … 더 읽기
알림톡 연동을 만들고 나니 다른 게 보였다. 신환 상담실이었다. 실장이 환자한테 치료 계획을 설명하고 있었다. 설명 자체는 훌륭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실장이 치료계획서를 종이에 손으로 써서 드리고 있었다. 이상한 건, 자료가 없어서가 아니라는 거다. 그 환자의 구강사진을 이미 찍어뒀다. 파노라마도 있다. 진단도 치료 계획도 다 있다. 근데 전부 병원 컴퓨터 안에 따로따로 흩어져 있고, 정작 환자 … 더 읽기
주의사항 페이지에 저장 버튼을 달았다. 환자들이 집에서도 보시라고. 안 보더라. 페이지를 이미지로 저장하는 버튼이었다. 사진첩에 있으면 다시 보겠지. 안 봤다. 사진첩에 들어간 이미지는 그날 찍은 다른 사진들에 묻힌다. 여기서 또 배웠다. 저장하게 만드는 것과 다시 보게 만드는 건 다른 문제다. 다시 보게 하려면 한 번 더 생각나게 해야 한다. 방법을 고민하다 알림톡을 떠올렸다. 진료 끝나고 … 더 읽기
주의사항 안내를 세 번 만들었다. 종이로, QR로, 그리고 AI로. 첫 번째는 종이였다. 발치하면 발치 주의사항, 임플란트 하면 임플란트 주의사항. 인쇄해서 드렸다. 환자는 받아서 주머니에 넣고, 집에 가서 버렸다. 정작 궁금해지는 건 그날 밤인데, 종이는 이미 없다. 두 번째는 QR이었다. 주의사항을 이미지로 만들어서 웹에 올리고 QR을 붙였다. 이제 안 버려지겠지. 근데 다른 문제가 있었다. 주의사항이 수십 … 더 읽기
AI가 쓴 글이 진짜 통하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실험용 계정을 하나 만들었다. 챗봇 망하고 사흘 뒤였다. 이상하게 들릴 수 있는데, 이 시점에 나는 아직 AI를 못 믿고 있었다. 한 달 전까지 검색용으로도 안 쓰던 사람이다. 챗봇 하나 같이 만들었다고 갑자기 신뢰가 생기지는 않는다. 근데 병원 일을 시키려면 믿음이 필요했다. 환자한테 나가는 안내문, 직원이 쓰는 시스템. 어설픈 … 더 읽기
AI한테 처음 시킨 건 보험 상담 챗봇이었다. 왜 챗봇이었나. 나를 AI로 끌어들인 그 미팅이 치과 사보험 협업 건이었다. 머릿속이 온통 보험이었다. 그리고 병원에는 보험 문의가 많다. 이거 보험 되나요, 얼마나 나오나요. 물어보면 답해주는 챗봇이 있으면 되겠다 싶었다. 그때는 AI면 다 되는 줄 알았다. 그래서 이렇게 시켰다. “물어보면 보험 가능 여부를 알려주는 챗봇 만들어줘.” 이 한 … 더 읽기
검은 화면이 무서웠다. 윈도우 고장 날 때만 보던 화면이니까. AI를 깔고 나서 유튜브부터 뒤졌다. 다들 뭔가를 만들고 있었다. 자동화, 웹사이트, 프로그램. 나도 하고 싶었다. 근데 영상마다 공통적으로 나오는 게 있었다. 터미널. 까만 바탕에 흰 글자가 줄줄 올라가는 그 화면. 내 기억에 그 화면은 컴퓨터가 고장 났을 때만 떴다. 파란 화면이랑 같은 부류. 뭔가 잘못됐다는 신호. … 더 읽기
나를 AI로 끌어들인 건 유튜버가 아니라, 아버지 세대의 보험회사 대표님이었다. 먼저 고백하면, 나는 AI를 안 믿는 사람이었다. 검색용으로도 안 썼다. 몇 번 써봤는데 틀린 얘기를 너무 자신 있게 해서, 이건 못 쓰겠다 하고 접었다. 주변에서 AI AI 해도 남의 나라 얘기였다. 진료하고 병원 운영하기도 바쁘니까. 그러던 어느 날, 사업 미팅이 있었다. 치과 사보험 관련 협업 … 더 읽기
코드 한 줄도 못 짠다. 근데 우리 병원 문진표 시스템은 내가 설계했다. 문진표만이 아니다. 다국어 환자 안내, 상담 내용 전달, 리콜 명단 추출, 사진 자동 편집, 경영 대시보드, 직원 연차관리, 원장 호출 시스템. 한 달 남짓한 사이에 열여섯 개를 만들었다. 치과의사 19년차, 개원 13년차다. 화이트드림치과 수원점 원장이고, 치과보험 컨설팅과 교육, 외국인 환자 유치 마케팅, 구강용품 … 더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