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안내를 세 번 만들었다. 종이로, QR로, 그리고 AI로.
첫 번째는 종이였다. 발치하면 발치 주의사항, 임플란트 하면 임플란트 주의사항. 인쇄해서 드렸다. 환자는 받아서 주머니에 넣고, 집에 가서 버렸다. 정작 궁금해지는 건 그날 밤인데, 종이는 이미 없다.
두 번째는 QR이었다. 주의사항을 이미지로 만들어서 웹에 올리고 QR을 붙였다. 이제 안 버려지겠지. 근데 다른 문제가 있었다. 주의사항이 수십 가지다. 진료마다 다르니까. 직원이 환자마다 해당 주의사항을 일일이 찾아서 화면에 띄워줘야 했다.
그리고 결정타. 환자들이 QR을 안 찍었다. 화면에 띄워준 걸 그냥 폰으로 사진 찍어 갔다.
시스템이 있어도 안 쓰면 없는 거였다. 이 문장을 나는 이때 몸으로 배웠다.
여기에 숙제가 하나 더 쌓여 있었다. 우리 병원은 외국인 환자가 늘고 있다. 외국인용 주의사항을 만들어야지, 만들어야지. 1년 넘게 생각만 했다. 수십 가지를 몇 개 언어로 만들 엄두가 안 났으니까.
AI를 쓰게 되고, 이 숙제부터 꺼냈다.
방식은 챗봇 때와 정반대였다. 챗봇은 재료 없이 시작해서 망했다. 이번엔 재료가 이미 있었다. 수십 가지 주의사항 이미지 파일. 몇 년간 병원에 쌓여 있던 자산이다.
그 파일을 통째로 AI한테 던졌다. 분류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문제를 다 얘기했다. 종이는 버려지고, QR은 직원이 찾아줘야 하고, 환자는 사진을 찍어 가고, 외국인 환자는 못 읽는다.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물었다.
웹페이지가 나왔다. 들어가면 언어를 고른다. 한국어, 베트남어, 몽골어, 러시아어. 지금 우리 체어에 실제로 앉는 환자들의 언어다. 다음 화면에서 진료를 고른다. 외과, 보존, 교정. 그러면 해당 주의사항이 그 언어로 뜬다.


이제 체어 모니터엔 QR 하나만 떠 있다. 어떤 진료든, 어떤 언어든, 입구는 하나다.

찾는 건 환자가 한다. 직원은 안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