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만드는 원장한테 주문이 들어왔다

혼자 만드는 원장한테 주문이 들어왔다

처음으로, 직원이 먼저 “만들어달라”고 했다. 이게 왜 사건이냐면, 그전까지 열다섯 개는 전부 내가 관찰해서 만든 거였다. 문진표가 이중 입력되는 걸 보고, 실장이 손글씨 쓰는 걸 보고. 만드는 쪽은 항상 나였고, 직원들은 받는 쪽이었다. 이번엔 반대였다. 경영지원실에서 요청이 왔다. 연차관리를 만들어달라고. 요청이 나온 부서가 어딘지 보면 흐름이 보인다. 경영지원실은 대시보드 자동화로 매일 하던 결산 업무가 사라진, … 더 읽기

그래서 뭘 했냐면, 아무것도 안 했다

신환이 줄었다. 예상했던 결과였다. 근데 숫자로 보니 생각보다 심각했다. 먼저 배경. 우리 병원은 1년 넘게 방향을 바꾸는 중이다. 신환을 광고로 쓸어 담는 모델에서, 기존 환자 관리와 소개 중심으로. 임플란트 같은 레드오션 경쟁에서 빠져나와, 잇몸 치료와 턱관절, 그리고 외국인 환자 쪽으로. 남들 다 가는 길 말고 다른 길로. 이 전환에서 신환 감소는 예정된 일이다. 광고를 줄이면 … 더 읽기

정리하는 일이 확인하는 일로 바뀌었다

정리하는 일이 확인하는 일로 바뀌었다

경영지원실이 매일 손으로 만들던 일일결산이, 자동으로 올라온다. 차트 프로그램이 열리고 제일 먼저 만든 게 이거다. 그동안은 경영지원실에서 매일 숫자를 손으로 모아 결산을 만들어 나한테 보냈다. 차트 보고, 옮겨 적고, 계산하고, 정리하고. 매일 반복되는 일이었다. 이제 자동으로 올라온다. 일일결산은 물론이고, 주간·월간·연간 리포트, 신환 추이, 상담 성사율, 진료과목별 금액, 내원경로, 보험과 비보험 비율. 숫자만이 아니라 거기에 대한 … 더 읽기

한 달 내내 막던 벽이, 1시간 만에 열렸다

한 달 내내 모든 걸 막던 벽이, 1시간 만에 열렸다. 이 연재를 읽어왔다면 계속 나온 말이 있다. “이건 차트 프로그램에 막혀 있다.” 문진표의 마지막 수동 단계도, 리콜엔진이 멈춰 있던 것도, 전부 이것 때문이었다. 차트 프로그램은 병원 데이터의 심장이다. 환자 정보, 진료 기록, 청구 내역이 다 여기 있다. 문제는 이게 모든 걸 자기 안에 잠가둔다는 거다. … 더 읽기

종이 문진표를 서랍에 남겨뒀다

종이 문진표를 서랍에 남겨뒀다

전환 전날, 종이 문진표를 서랍에 남겨뒀다 ㅋㅋ 전환 당일이었다. 문진표를 종이에서 시스템으로 완전히 바꾸는 날. 이날부터 접수는 QR로만 받는다. 걱정이 두 개였는데, 무게가 완전히 달랐다. 첫 번째 걱정. 환자들이 안 쓰면 어떡하지. QR 찍는 걸 낯설어하시면? 특히 어르신들. 이건 결과적으로 기우였다. 99%가 그냥 쓰셨다. 요즘은 어르신들도 폰으로 사진 찍고 카톡 하신다. QR도 자연스럽게 되더라. 못 … 더 읽기

정문이 잠겼으면 뒷문을 찾으면 된다

프로그램을 연동한 게 아니다. 폴더를 연동했다. 파노라마랑 엑스레이도 전달 시스템에 자동으로 불러오고 싶었다. 환자 상담 자료에 엑스레이가 같이 가면 훨씬 좋으니까. 문제는 엑스레이 프로그램이 연동을 열어줄 리가 없다는 거다. 이런 의료용 프로그램들은 대개 자기 안에 데이터를 가둬둔다. 밖에서 가져다 쓰라고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개발자들이 쓰는 정식 연동 방법이 있다는데, 나는 그런 거 모른다. 모르니까 다르게 … 더 읽기

잘 돌아가는 게 열 개가 되니까, 그게 문제가 됐다

잘 돌아가는 게 열 개가 되니까, 그게 문제가 됐다

잘 돌아가는 게 열 개가 되니까, 그게 문제가 됐다. 한 달 남짓 만에 시스템이 열 개 넘게 쌓였다. 주의사항, 알림톡, 문진표, 상담 전달, 리콜, 포토 스테이션. 하나씩은 다 잘 돌아갔다. 각각은 성공작이었다. 근데 어느 날 정신을 차려보니, 직원들한테 주소를 불러주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문진표는 이 주소, 사진은 저 주소로 들어가세요.” 주소가 열 개, 로그인이 열 … 더 읽기

직원들 찍는 순서가 이미 거의 같았다

직원들 찍는 순서가 이미 거의 같았다

직원들이 사진 찍는 순서를 봤더니, 이미 거의 같았다. 구강사진 얘기다. 한 환자당 6~7장을 찍는다. 정면, 좌우, 상악, 하악. 진단하고 상담하고 기록하는 데 다 쓰인다. 문제는 찍은 다음이다. 구강사진은 거울에 비춰 찍는 각도가 있어서 편집이 필수다. 한 장 한 장 돌리고, 좌우 반전하고, 자르고, 저장하고. 장당 서너 번씩 손이 간다. 6~7장이면 환자 한 명에 수십 클릭. … 더 읽기

AI는 고친 만큼만 는다

AI한테 “학습해”라고 시켰다. 안 되더라. AI 실장은 지금 파일럿 중이다. 정식 투입 전에 실장들이 써보면서 검증하는 단계. 전사가 아직 완벽하지 않다. 치과 용어를 잘못 알아듣기도 하고, 상담실 소음이 섞이기도 한다. 그래서 실장들이 정리본을 고친다. 수정본이 쌓이는 걸 보다가 AI한테 시켰다. “실장들이 고친 거 학습해서, 다음부터는 알아서 잘해.” 당연히 되는 줄 알았다. AI니까. 학습하는 기계니까. 안 … 더 읽기

버린 게 아니라 자리를 못 찾았던 것

서랍에 넣어뒀던 음성 요약이 살아 돌아왔다. 상담 전달 시스템을 돌리다 보니 병목이 보였다. 실장이 환자 상담을 마치면, 그 내용을 정리해서 전달 시스템에 입력해야 한다. 치료 내용, 금액, 환자가 고민하던 것. 상담은 30분인데 정리도 일이다. 상담이 밀리는 날은 정리가 더 밀린다. 이 정리를 없앨 방법을 고민하는데, 어? 이거 녹음해서 정리하는 거잖아. 서랍에 그게 있었다. 동경으로 만들었다가 … 더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