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에 넣어뒀던 음성 요약이 살아 돌아왔다.
상담 전달 시스템을 돌리다 보니 병목이 보였다. 실장이 환자 상담을 마치면, 그 내용을 정리해서 전달 시스템에 입력해야 한다. 치료 내용, 금액, 환자가 고민하던 것. 상담은 30분인데 정리도 일이다. 상담이 밀리는 날은 정리가 더 밀린다.
이 정리를 없앨 방법을 고민하는데, 어? 이거 녹음해서 정리하는 거잖아.
서랍에 그게 있었다. 동경으로 만들었다가 쓸 일이 없어서 넣어둔 음성 요약. 미팅 정리용으로는 쓸 일이 없던 물건인데, 상담 정리용으로는 매일 쓸 일이 있었다.
붙여봤다. 실장이 상담을 녹음하면 AI가 전사해서 정리하고, 정리된 내용이 전달 시스템으로 바로 넘어간다. 치료 내용이고 가격이고 자동으로 채워진다. 실장이 하는 일은 틀린 데 없나 확인하고, 알림톡 발송 버튼 누르는 것.
정리하는 일이 확인하는 일로 바뀌었다.
녹음이니까 당연히 환자 동의가 먼저다. 상담 시작할 때 여쭙는다. “상담 내용 정리해서 보내드리려고 녹음하는데 괜찮으세요?” 싫다고 하시면 안 한다. 그런데 대부분 흔쾌히 하신다. 구조를 보면 그럴 만하다. 녹음의 결과물이 환자한테 간다. 본인이 상담받은 내용을 정리본으로 받는 거니까, 녹음의 이득이 환자 쪽에 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가 나한테 남긴 문장이 하나 있다.
동경으로 만든 건 서랍에 들어간다. 근데 버려진 게 아니었다. 자리를 못 찾았던 거였다.
만들 때는 미팅 정리 도구인 줄 알았다. 알고 보니 상담 정리 도구였다. 물건은 그대로인데 자리가 바뀌니까 살아났다. 뭘 만들어두면, 언제 어디서 다시 쓰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