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돌아가는 게 열 개가 되니까, 그게 문제가 됐다

잘 돌아가는 게 열 개가 되니까, 그게 문제가 됐다.

한 달 남짓 만에 시스템이 열 개 넘게 쌓였다. 주의사항, 알림톡, 문진표, 상담 전달, 리콜, 포토 스테이션. 하나씩은 다 잘 돌아갔다. 각각은 성공작이었다.

근데 어느 날 정신을 차려보니, 직원들한테 주소를 불러주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문진표는 이 주소, 사진은 저 주소로 들어가세요.” 주소가 열 개, 로그인이 열 개, 브라우저 창이 열 개였다.

성공이 만든 문제였다. 도구를 하나씩 만들 때는 안 보이던 게, 쌓이니까 터졌다. 각각 편해지자고 만든 것들이 모여서 새로운 불편이 됐다.

전부 한 지붕 아래로 모았다. 입구 하나, 로그인 하나. 들어가면 각자 쓰는 프로그램들이 타일로 정리돼 있다.

입구 하나로 모은 화면. 타일 하나가 프로그램 하나다. 숫자는 가렸다.
입구 하나로 모은 화면. 타일 하나가 프로그램 하나다. 숫자는 가렸다.

여기서 신경 쓴 게 권한이다. 등급으로 자르지 않았다. 직원 한 명 한 명한테, 그 사람이 실제로 쓰는 프로그램만 부여했다. 데스크 직원은 데스크 것만, 실장은 실장 것만 보인다. 안 쓰는 건 아예 화면에 없다. 내 화면에는 다 보인다. 관리자니까.

모으면서 연동도 더 이어붙였다. 이게 진짜 소득이었다. 문진표로 접수하면, 그 환자의 사진이 포토 스테이션에서 편집돼 따라오고, 전달 시스템에서 환자를 부르면 그게 다 딸려온다. 예전엔 사진을 프로그램에서 다운받아서 다시 업로드하던 구간이 있었는데, 그게 사라졌다. 접수부터 상담 자료 전달까지 한 줄로 흐른다.

이 시점에 뭔가 바뀐 걸 느꼈다.

그전까지 나는 도구를 만드는 사람이었다. 이 필요, 저 필요에 맞춰 하나씩. 포탈을 만들고 나니 만들 게 아니라 운영할 게 생겼다. 흩어진 도구가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 단계가 넘어간 거다.

도구를 만드는 시기가 끝나고, 시스템을 운영하는 시기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