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얘를 못 믿고 있었다

AI가 쓴 글이 진짜 통하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실험용 계정을 하나 만들었다.

챗봇 망하고 사흘 뒤였다. 이상하게 들릴 수 있는데, 이 시점에 나는 아직 AI를 못 믿고 있었다. 한 달 전까지 검색용으로도 안 쓰던 사람이다. 챗봇 하나 같이 만들었다고 갑자기 신뢰가 생기지는 않는다.

근데 병원 일을 시키려면 믿음이 필요했다. 환자한테 나가는 안내문, 직원이 쓰는 시스템. 어설픈 걸 병원에 들일 수는 없다.

문제는 검증 방법이었다. AI 성능을 비교하는 벤치마크 점수 같은 게 있다는데, 나는 그걸 볼 줄 모른다. 봐도 모른다. 근데 내가 아는 제일 확실한 검증법이 하나 있다.

사람들 앞에 던져보는 것.

그래서 계정을 만들었다. 조건은 하나였다. 나랑의 접점을 철저히 지울 것. 이름도, 직업도, 배경도 없이. 글이 좋아서 읽는 건지, 쓴 사람이 누구라서 읽는 건지 섞이면 실험이 아니니까. 글 자체로만 평가받게 했다.

그리고 AI한테 글을 쓰게 해서 올렸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댓글이 세 자리로 붙는 글이 나왔다. 조회수는 만 단위를 넘겼다. 무엇보다, AI가 쓴 것 같다는 말이 없었다. 사람들은 그냥 글로 읽고, 글로 반응했다.

이때 처음 생각이 바뀌었다. 얘한테 병원 일을 시켜도 되겠다.

돌아보면 이 실험이 이후 모든 일의 허가증이었다. 다국어 안내도, 문진표도, 환자한테 나가는 모든 것들. “AI가 만든 게 환자한테 나가도 되나”라는 질문에, 나는 남들 반응으로 답을 받아둔 상태였다.

그 계정은 지금도 자동으로 돌아간다. 가끔 들어가 보면 여전히 사람들이 반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