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봇은 결국 완성됐다. 그리고 의미가 없어졌다.
순서대로 얘기하자. 빨간 글씨 무한루프를 돌다가, 어느 순간 방식을 바꿨다.
그 전까지 나는 AI한테 “만들어줘”라고 결과만 시키고 있었다. 바꾼 건 이거다. 기획부터 시키는 것. 이런 챗봇을 만들려면 뭐가 필요한지, 어떤 순서로 가야 하는지, 그 계획 자체를 AI한테 물어봤다. 계획이 나오면 그 계획의 실행도 AI한테 시켰다.
기획도 AI, 실행도 AI. 나는 중간에서 방향만 잡는다.
이 패턴으로 바꾸니까 챗봇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질문을 넣으면 답이 나왔다. 드디어 됐다.
근데 써보니까 이상했다. 뭘 물어봐도 답이 두 종류였다.
하나는 “자료에 없습니다.” 다른 하나는 다 아는 얘기. 스케일링은 1년에 1회 보험 적용됩니다, 이런 거.
정작 궁금한 것들, 애매한 경우들, 실전 질문들은 하나도 대답을 못 했다.
알아보니 이런 챗봇은 정해놓은 자료 안에서만 답하게 만든다고 한다. 아무 말이나 지어내면 안 되니까. 합리적인 구조다. 근데 그 말은, 자료가 없으면 챗봇도 없다는 뜻이다.
내가 챗봇한테 먹인 자료가 얼마 없었다. 그러니 얘가 할 수 있는 말도 얼마 없었던 거다.
AI가 못한 게 아니었다. 내가 재료를 준비 안 한 거였다.
첫 작품은 그렇게 망했다. 대신 두 가지가 남았다.
하나, 기획도 실행도 시키는 패턴. 이건 이후 열다섯 개를 만드는 방법이 됐다. 둘, 재료 없이는 아무것도 안 된다는 것. 이건 이후 뭘 만들지 고르는 기준이 됐다. 재료가 이미 병원에 쌓여 있는 것부터 만들면 된다.
망한 프로젝트에서 방법론이 나왔다. 수업료 치고는 남는 장사였다.
참고로 이 챗봇, 최근에 다시 만들고 있다. 이번엔 재료가 있다. 그 얘기는 한참 뒤에 하게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