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됩니다”의 배신

AI한테 처음 시킨 건 보험 상담 챗봇이었다.

왜 챗봇이었나. 나를 AI로 끌어들인 그 미팅이 치과 사보험 협업 건이었다. 머릿속이 온통 보험이었다. 그리고 병원에는 보험 문의가 많다. 이거 보험 되나요, 얼마나 나오나요. 물어보면 답해주는 챗봇이 있으면 되겠다 싶었다.

그때는 AI면 다 되는 줄 알았다. 그래서 이렇게 시켰다.

“물어보면 보험 가능 여부를 알려주는 챗봇 만들어줘.”

이 한 줄이면 되는 줄 알았다. 진심으로.

일단 뭔가 나오긴 했다. 화면은 그럴듯했다. 채팅창이 있고, 입력칸이 있고, 보내기 버튼이 있고. 오, 됐네? 버튼을 눌렀다.

아무 일도 안 일어났다.

버튼을 눌러도 답이 오지 않았다
버튼을 눌러도 답이 오지 않았다

안 된다고 했다. “수정했습니다. 이제 됩니다.” 해봤다. 안 됐다. 다시 말했다. “이제 됩니다.” 안 됐다.

그러다 빨간 글씨가 뜨기 시작했다. 영어로 뭐라뭐라 길게. 뭔 뜻인지 하나도 몰랐다.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그냥 그대로 복사해서 보여줬다. 그러면 고쳐줬다. 그러면 또 다른 빨간 글씨가 떴다. 또 복사했다.

질문을 바꿔도 같았다
질문을 바꿔도 같았다

빨간 글씨 복사해서 나르기. 며칠간 그게 내 일이었다.

짜증이 안 났다면 거짓말이다. 근데 이상하게 재미도 있었다. 안 되던 게 한 칸씩 되는 게 보였으니까. 그리고 뭘 물어봐도 짜증을 안 내니까, 나도 계속 물어볼 수 있었다. 사람 선생님이었으면 서로 못 버텼을 거다.

그리고 그 며칠 사이에, 일하는 패턴이 하나 생겼다. 이 패턴이 이후 모든 걸 바꿨다.

그 얘기는 다음 글에서. 챗봇이 어떻게 됐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