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화면이 무서웠다. 윈도우 고장 날 때만 보던 화면이니까.
AI를 깔고 나서 유튜브부터 뒤졌다. 다들 뭔가를 만들고 있었다. 자동화, 웹사이트, 프로그램. 나도 하고 싶었다. 근데 영상마다 공통적으로 나오는 게 있었다. 터미널.
까만 바탕에 흰 글자가 줄줄 올라가는 그 화면. 내 기억에 그 화면은 컴퓨터가 고장 났을 때만 떴다. 파란 화면이랑 같은 부류. 뭔가 잘못됐다는 신호. 그런 걸 일부러 켜서 쓰라니.
그래도 시도는 했다. 영상을 그대로 따라 했다. 근데 내 화면은 영상이랑 달랐다. 뭐가 다른지도 모르겠고, 왜 다른지는 더 모르겠고. 몇 번 하다가 설치를 포기했다.

여기서 접었으면 이 연재는 없었을 거다.
대신 그냥 데스크탑 앱을 켰다. 채팅창 하나. 이건 무섭지 않았다. 카톡이랑 비슷하게 생겼으니까.
그리고 물어봤다.
“너 뭐 할 수 있어?”
지금 생각하면 이게 전환점이었다. 배우는 방법을 바꾼 거다. 유튜브로 방법을 배우는 건 포기했다. 대신 유튜브에서는 사람들이 뭘 만드는지만 봤다. 가능성의 카탈로그로만 쓴 거다. 저런 게 되는구나, 그럼 나는 이런 게 하고 싶은데.
방법은 전부 AI한테 직접 물어봤다. 내가 이런 걸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냐고. 그러면 알려준다. 모르면 또 물어본다. 안 되면 안 된다고 말한다.
배우고 나서 시키는 게 아니라, 시키면서 배우는 것. 순서를 바꾸니까 진입장벽이 사라졌다.
그로부터 한 달간 열여섯 개를 만들었다. 터미널은 지금까지도 안 연다. 열 필요가 없었다.
코딩을 배워야 AI를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적어도 내 경험은 그렇다. 필요한 건 뭘 만들고 싶은지 아는 것, 그리고 물어보는 것. 그게 전부였다.
다음 글은 그렇게 시작한 첫 작품 얘기다. 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