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AI로 끌어들인 사람

나를 AI로 끌어들인 건 유튜버가 아니라, 아버지 세대의 보험회사 대표님이었다.

먼저 고백하면, 나는 AI를 안 믿는 사람이었다. 검색용으로도 안 썼다. 몇 번 써봤는데 틀린 얘기를 너무 자신 있게 해서, 이건 못 쓰겠다 하고 접었다. 주변에서 AI AI 해도 남의 나라 얘기였다. 진료하고 병원 운영하기도 바쁘니까.

그러던 어느 날, 사업 미팅이 있었다. 치과 사보험 관련 협업 건으로 만난 보험회사 대표님. 나보다 한참 위, 아버지 세대의 분이다. 그런데 이분이 미팅 내내 핸드폰을 테이블에 올려두고 녹음을 하셨다.

헤어지고 두 시간쯤 지났을까. 문자가 왔다. 오늘 미팅 내용이 항목별로 정리된 문서였다. 논의한 것, 결정된 것, 다음에 할 것.

충격이었다. 두 가지가 동시에 왔다.

하나는 기능 자체. 녹음만 했는데 정리가 된다는 것. 회의록을 써본 사람은 안다. 이게 얼마나 귀찮은 일인지. 그 귀찮은 일이 그냥 사라져 있었다.

다른 하나가 더 컸다. 이걸 쓰는 사람이 나보다 한참 위 세대라는 것. 최신 기술은 젊은 사람이 먼저 쓰고 윗세대가 따라오는 거라고, 나도 모르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 공식이 눈앞에서 깨졌다. 나보다 한참 위 세대가 나보다 한참 앞서 있었다.

여쭤봤다. 뭐 쓰시는 거냐고. 본인이 쓰는 AI를 알려주셨다.

그날 집에 와서 바로 깔았다.

원래 나는 뭘 붙잡고 오래 재는 성격이 아니다. 어느 정도 괜찮다 싶으면 지른다. 이날은 잴 것도 없었다. 결과물을 눈으로 봤으니까.

그게 한 달 전쯤이다. 그때는 몰랐다. 이게 병원 전체를 뜯어고치는 일로 번질 줄은.

다음 글은 설치하자마자 부딪힌 첫 벽 얘기다. 검은 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