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 한 줄 못 짜는 치과의사가, 밤마다 병원을 새로 짓는다

코드 한 줄도 못 짠다. 근데 우리 병원 문진표 시스템은 내가 설계했다.

문진표만이 아니다. 다국어 환자 안내, 상담 내용 전달, 리콜 명단 추출, 사진 자동 편집, 경영 대시보드, 직원 연차관리, 원장 호출 시스템. 한 달 남짓한 사이에 열여섯 개를 만들었다.

치과의사 19년차, 개원 13년차다. 화이트드림치과 수원점 원장이고, 치과보험 컨설팅과 교육, 외국인 환자 유치 마케팅, 구강용품 제조 판매를 하는 앤티스 주식회사 대표이기도 하다. 낮에는 진료를 하고, 밤에는 서버를 만진다.

밤 작업 자리. 식탁에 노트북 하나가 전부다.
밤 작업 자리. 식탁에 노트북 하나가 전부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만지는 게 아니다. AI한테 시킨다.

나는 뭘 만들지, 왜 만들지만 정한다. 구현은 AI가 한다. 코드가 뭔지 몰라도 됐다. 대신 병원에서 뭐가 문제인지는 누구보다 잘 안다. 19년을 진료실에 있었으니까.

이 조합이 생각보다 강력했다.

시작은 한 달 전이다

원래 나는 AI를 안 믿는 사람이었다. 검색용으로도 안 썼다. 틀린 얘기가 너무 많아서.

그러다 어떤 계기로 생각이 바뀌었고, 그날 바로 시작했다. 첫 작품은 망했다. 두 번째도 하나 망했다. 근데 나머지는 전부 병원에 남았다. 지금 우리 병원 접수는 종이 없이 돌아가고, 베트남·몽골·러시아 환자들이 자기 언어로 안내를 받고, 경영 숫자는 매일 아침 자동으로 올라온다.

망한 것도 버린 게 아니다. 하나는 이유를 배웠고, 하나는 나중에 다른 모습으로 살아 돌아왔다. 그 얘기들은 연재에서 하나씩 풀 거다.

왜 기록하나

병원을 1년 넘게 뜯어고치고 있다. 남들과 다른 길을 만드는 중이다.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그 일부다.

이 과정이 나한테만 유용할 것 같지 않았다. 나 같은 사람이 많을 거다. 코드는 못 짜는데 자기 분야는 잘 아는 사람. 뭐가 문제인지는 보이는데 그걸 풀 기술이 없다고 생각해온 사람. 그 생각이 이제 틀렸다는 걸, 나는 한 달 만에 열여섯 번 확인했다.

잘된 것만 쓰지 않을 거다. 망한 것, 막힌 것, 생각도 못 한 데서 터진 문제도 그대로 쓴다. 그게 더 쓸모 있는 기록이라고 믿는다.

이 글도 같은 방식으로 쓴다

미리 밝혀둔다. 겪은 일이랑 판단은 내 거고, 문장 다듬는 건 AI 몫이다.

병원 시스템을 만드는 방식과 글을 쓰는 방식이 같다. 재료와 방향은 내가 정하고, 손이 많이 가는 부분은 시킨다. 이걸 숨기고 싶지 않다. 오히려 이 방식 자체가 이 연재가 하려는 얘기다.

짧은 버전은 스레드에 있다. 자세한 과정은 여기에 쌓는다.

기록은 계속된다. 지금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