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롬을 켜더니 직접 하더라

주의사항 페이지에 저장 버튼을 달았다. 환자들이 집에서도 보시라고. 안 보더라.

페이지를 이미지로 저장하는 버튼이었다. 사진첩에 있으면 다시 보겠지. 안 봤다. 사진첩에 들어간 이미지는 그날 찍은 다른 사진들에 묻힌다. 여기서 또 배웠다. 저장하게 만드는 것과 다시 보게 만드는 건 다른 문제다.

다시 보게 하려면 한 번 더 생각나게 해야 한다. 방법을 고민하다 알림톡을 떠올렸다. 진료 끝나고 저녁쯤, 주의사항 링크가 알림톡으로 도착하면? 마침 병원엔 알림톡이 이미 있었다. 예약 안내에 쓰던 것. 연동만 하면 된다.

AI한테 연동 방법을 물어봤다. 친절하게 알려주더라. 어디 들어가서, 뭘 발급받고, 어디에 넣고. 시키는 대로 따라 했다.

안 됐다.

챗봇 때 같았으면 여기서 며칠 굴렀을 거다. 빨간 글씨 복사해서 나르면서. 근데 이번엔 다른 말이 나왔다.

“그냥 네가 해줘.”

그랬더니 크롬을 켜더니 직접 하더라 ㅋㅋ 화면에서 커서가 혼자 움직였다. 설정 페이지에 들어가고, 클릭하고, 입력하고. 나는 옆에서 구경했다. 몇 분 뒤에 연동이 끝나 있었다.

이 장면이 나한테는 챗봇 완성보다 컸다.

일주일 전의 나는 AI한테 설명을 듣고 그대로 따라 하는 사람이었다. 그게 안 되면 막혔다. 이날부터 나는 시키고 확인하는 사람이 됐다. 설명이 필요 없어졌다.

생각해보니 병원에서 하던 거랑 똑같았다. 나는 진료를 한다. 세무는 세무사가, 노무는 노무사가 한다. 나는 결과를 확인한다. 각자 잘하는 걸 하는 거다. AI라고 다를 이유가 없었다. 얘가 잘하는 걸 얘한테 시키면 된다.

내 일은 뭘 시킬지 정하는 것. 그리고 결과가 맞는지 확인하는 것.

이 역할 분담이 잡히고 나서, 만드는 속도가 완전히 달라졌다.